인터뷰/대한영양사협회 이영은 회장

 

시·도교육청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리감독자 지정 방침에 우려 표명
대사증후군·비만 주범 ‘탄수화물’ 잘못된 생각… ‘쌀밥 영양식 패키지’ 개발 필요
간편식 등 식사용 조리식품 원료로 쌀소비 증가…소비트렌드 반영 정책 마련 시급

 

“영양교사 및 학교영양사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비전문 영역인 관리감독자로 지정되면 안 된다.”

제25대 대한영양사협회장에 취임한 이영은 회장은 취임 두 달을 맞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산안법상 관리감독자를 영양교사 및 학교영양사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영은 회장은 “학교 현장의 산업안전관리가 비전문가의 손이 아닌 전문가에 의한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협회는 학생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영양교사 및 영양사는 학교급식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쌀 소비 감소와 관련 “대사증후군과 비만의 주범이 탄수화물이라는 조금은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며 “쌀에 들어있는 전분인 ‘복합당질’과 설탕, 단 음식에 들어가는 첨가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탄수화물이다. 우리가 줄여야 할 것은 쌀이 아니라 첨가당이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국내 유일의 영양사 단체로서 올해 창립 51주년을 맞은 대한영양사협회는 영양사의 권익옹호 및 직역확대, 전문성 확보를 위한 활동, 국민건강증진과 바른 식문화 창조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영은 회장(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협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식품의약품안전청장 표창, 전라북도지사 및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기는  2021년 12월 31일까지다.

다음은 이영은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1월 1일 제25대 협회장 업무를 시작했는데 소감은.

-국내 유일의 영양사 직능단체인 대한영양사협회 제25대 회장을 맡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대내외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회장으로 선출해주신 회원 여러분의 다양한 바람의 무게를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 회원 여러분의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50년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다하도록 혁신적 마인드와 열정을 가지고 영양사직의 발전과 국민건강을 넘어 국민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2년간 협회를 이끌게 됐다. 사업목표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업무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초지능·초연결 사회는 우리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인구의 고령화는 보건의료환경을 건강관리와 질병예방이 강조되는 환경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영양사협회의 사업목표를 △영양사를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 △영양사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개선 △영양사의 역량강화 등 3가지로 정했다.

현재 산업체, 병원, 학교, 보건소 등 근무 여건의 개선이 필요한 곳이 여전히 많다. 새로운 영양사상을 정립해 영양사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 개선에 힘쓰겠으며, 영양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겠다. 또한 아울러 다학제적 접근으로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혁신적·선도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변화에 부합할 수 있도록 영양사의 역량강화에 힘쓰겠다.

또한 산업체, 학교, 병원, 보건복지시설 등 각 분과별 주요과제를 설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체 부문에서 △경찰서 영양사 고용 안정 및 처우 개선 △소방관서 영양사 배치 및 급식 개선 △군대 영양사 인력 충원에 힘쓸 예정이며, 학교 부문에서는 △영양교사 법정 정원 확보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영양교육 전문직원 배치 △학교영양사 처우 개선 △유치원 영양교사 배치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또 병원 부문에서는 △‘의료법’상 임상영양사 배치 기준 마련 △입원환자 식대 수가 제도 개선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고, 보건복지시설에서는 △보건소 영양사 정규직 배치 △방문건강관리사업 전담공무원으로 영양사 배치를 실현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 사업 등 새로 시작하는 보건복지사업에 영양사 정규직 배치 등에 노력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부문에서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 내실화 및 질적 수준 향상 방향 모색을 주요 사항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영양교사나 학교 영양사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상의 관리감독자로 지정한다는 방침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협회의 입장은?

-교육 현장에 곧 적용 예정인 산안법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가 시·도교육청에만 배치돼 1인이 최대 1,074개 학교를 담당하는 현 시스템으로는 1년에 한 번도 학교방문을 할 수 없어 학교는 실질적인 전문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동일법상 배치장소인 사업장의 해석을 실제 안전·보건전문가는 교육청으로, 관리감독자만 학교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렇게 학교의 기존 교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할 경우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학교의 전문적인 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학교 영양사 및 영양교사에게 지금도 평균 1.6명의 급식관리 업무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 비전문 영역인 산업안전관리 업무가 부가돼 근로자 본연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 과도한 업무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관리감독자 업무는 안전보건 전문기관 위탁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는 등 학교 현장의 산업안전관리가 비전문가의 손에 달려 있는 게 아닌 전문가에 의한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용해야 한다.
 
협회는 학교 현장에 적합한 산안법 적용을 위해서는 법상 제도 개선 또는 일반 산업체와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학교 현장에 맞는 유연한 법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관리감독자로 영양교사 및 학교영양사를 지정하는 것은 학교현장의 안전관리를 담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음을 국회 정책토론회, 관계부처와의 간담회, 언론 활동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앞으로도 안전보건 전문기관이 관리감독자 업무를 수행해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영양교사 및 영양사가 학교급식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학생의 건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회는 지속적으로 활동해 나가겠다.

■어린이때부터 형성된 잘못된 식습관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비만 예방을 위한 대책이 있다면.

-전화 한 통이면 먹을 것이 집으로 배달 오고, 근거리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을 고려할 때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무관심과 나태함 때문에 발생했다고 치부할 수 없다. 이제 비만은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할 질병이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가 합심해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식생활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비만예방의 날 캠페인을 확대 진행하고 있으며, 협회도 이와 발맞추어 국민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 및 비만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매년 영양의 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한비만학회와 함께 비만인정영양사 자격 제도를 만들어 비만 전문영양사를 배출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양질의 신선식품 구입이 어려워 저가의 가공식품 위주로 식품을 구매하게 되고, 이로 인해 비만이 가중되고 있는 등 영양불균형의 양극화 현상도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분배, 구입방법의 다양화, 구입 접근성 강화, 신선식품 바우처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쌀 소비 감소로 농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쌀은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이자 식량 안보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작물이나 여러 가지 잘못된 영양지식과 환경 요인들로 인해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으로 사상 처음 60㎏ 아래로 내려가 쌀 소비량이 통계 작성 후 최소를 기록했다.

이러한 쌀 소비의 감소 뒤에는 대사증후군의 증가와 비만의 주범이 탄수화물이라는 조금은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탄수화물 중독증은 설탕이나 단 음식을 적정량 이상 먹으면서도 계속 배고픔을 느끼는 증상으로 성인의 하루 섭취 열량 중 탄수화물로 섭취해야 하는 권장 에너지 섭취비율인 50~60% 이상을 쌀이나 곡류가 아닌 첨가당으로 섭취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밥 등 식사를 제한하는 것이 탄수화물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이어트의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탄수화물은 복합당질(쌀에 들어있는 전분)과 설탕이나 단 음식에 들어가는 첨가당을 모두 통틀어 이르는 말로 우리가 줄여야 할 것은 쌀이 아니라 첨가당임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적인 식생활교육이 필요하며, 시리얼, 간편식 등 식사용 조리식품 원료로 쌀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한국형 식생활이 건강에 효과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우리 농축수산물을 활용해 나물 등 건강한 반찬류로 구성된 ‘쌀밥 영양식 패키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유아기부터 쌀 중심의 우리 전통 식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식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시니어를 대상으로 쌀을 활용한 기호도와 소비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식품 개발을 적극 고민해야 할 때다.

현장의 영양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교육을 실시해 국민들의 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현장에서 올바른 정보와 영양 균형잡힌 한국형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급식 현장 상황에 따라 영양사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영양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시급히 해결할 사안은?

-영양사는 국가면허를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영양사 중 상급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영양사와 영양교사 등 10%정도만 전문직으로서의 대우를 받고 있다. 대부분은 적절한 근로여건과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지위도 정규직이 아닌 경우가 있다.

이처럼 취약한 분야에 새로운 영양사상을 정립해 영양사의 근로여건과 급여 등을 개선하고, 영양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16만 영양사들에게 하고 싶은 격려 및 당부가 있다면.

-협회가 지난 50년 동안 축적한 전문성과 지혜를 바탕으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역량과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간 국민건강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면 이제는 건강뿐만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미래를 여는 100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새로운 시작, 우리의 미래를 위한 변화의 여정에 16만 영양사 여러분 모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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