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기(본지 편집위원)

전국적으로 농민들이 연일 수백 명씩 모여 쌀값 하락에 대한 항의 규탄 데모를 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는 다 여물어가는 벼를 농기계로 갈아엎더니 그것으로는 분을 참지 못해 올 가을에는 쌀가마니를 길바닥에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 지경에 까지 왔다.

농민들이 자식같이 길러온 쌀을 가지고 이처럼 아우성치는 심정을 어찌 정부인들 나 몰라라 외면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정부도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확실한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쌀의 미래는 암흑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말 것이라는 명약관화한 현실의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쌀값은 인건비를 빼고라도 40kg한가마니에 23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수매쌀값은 17만원 선에서 맴돌고 있으니 그 차액이 무려 5-6만원선이나 된다. 농민들은 “쌀농사하면 천하의 바보요 정부를 믿고 법을 지키면 손해만 본다.”고 탄식섞인 조롱을 하고있다.

한때는 '농자 천하지대본'이라고 할 정도로 논은 부의 척도요 쌀은 국민의 생명 그 자체였다. 쌀을 한 톨이라도 더 증산하고자 현대그룹은 서산간척지를 수백만평 조성했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에서는 국책사업의 제1호로 새만금간척사업을 시작하여 20여년에 걸쳐 여의도의 170배나 되는 새로운 농토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 땅에 쌀생산을 살 계획은 엄두를 못내고 있다.

남아도는 쌀이 미곡창고에서 넘쳐나고 있어 일년에 창고보관료와 쥐가 먹어치우는 양이 무려 1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제 정부는 쌀소비정책을 새마을운동과 같이 범국민적으로 전개해야할 때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쌀정책은 미온적인 수준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쌀소비의 수단으로  쌀막걸리 담그기, 쌀과자 만들기, 아침밥먹기 그리고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지원하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이정도의 쌀소비정책으로는 쌀값을 제대로 농민에게 쳐서 주기는 미흡한 상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쌀미(米)자를 보면 동서남북으로 점을 찍어 사통팔달로 뻗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옛날부터 쌀 정책을 올바로 세우는 것은 치산치수정책과 함께 성군(聖君)이 되는 척도로 삼아왔다. 또한 옛어른들은 쌀뒤주의 열쇠는 반드시 시어머니가 허리에 차고다녔다. 그 열쇠를 가짐으로 막강한 힘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는 항상 쌀이나 벼를 담아두는 성주단지가 있었는데 이 성주단지는 신성시 되다시피 하여 가정의 기복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공자도 “곳집이 차야 곧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곳집은 쌀밥으로 배불리 먹는다는 뜻이다. 고종19년에(1882년) 임오군란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쌀에다 모래를 섞어서 봉록을 지급한데서 구군인들이 일으킨 반란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청국군과 일본군을 불러들여  내정간섭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일제때 왜놈들이 김제, 만경, 나주 등지의 호남평야에서 수탈한 쌀을 군산항으로 싣고가는 마차를 불질러 저항했던 쌀의 수난사를 역사는 지금도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지금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산유국들은 석유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 때 쌀의 무기화를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쌀은 생명이다.” 라는 새로운 에코문화가 도래할 날이 머지않아 코앞에 다가올 것이다.

농촌인구는 점차적으로 고령화 , 감소화, 기피화라는 3중고에 처해 있다. 정부는 획기적인 영농정책을 국민생명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할 때가 왔다.

이와 병행해 국민의 입맛이 변해가는 트랜드를 감안해 쌀, 보리, 콩 3종곡을 균형있게 생산하므로써 쌀 편중음식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보리와 콩을 이용한 다양한 기호식품을 개발하는데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특성에 맞는 특용작물을 생산하므로써 고급인력을 과학영농에 흡수하여 일자리창출과 먹거리 창출을 동시에 확대하는 일거양득의 결과를 가져오는 정책을 써야 될 것이다.

물론 지역특성화에 따른 과학영농과의 소득이 도시의 샐러리안을 앞질러가게 되면 자연히 교육 , 문화, 여가시설도 뒤따르게 되어 문화생활을 누리기에 불편하지 않은 삶의 질이 보장될 때 이것이 바로  국토 균형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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