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영양학회 4일 국회 토론회서‘우유 오해’ 7가지에 대한 입장 발표

'우유 하루 세 잔 섭취하는 서양인 대상 연구 결과는 한국인에 적용은 무리'

1. 우유 많이 마시면 암 걸리나?
2. 우유 많이 마시면 아토피 피부염 걸리나?
3. 우유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나?
4.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나?
5. 우유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 높아지나?
6. 임신 중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아기에게 아연이 결핍되나?
7. 우유에 항생제가 들어 있나?

그동안 완전식품으로 예찬되던 우유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우유소비 감소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우유를 많이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동물성 단백질이 부족한 우리의 식문화와 환경이 다른 만큼, 이 결과를 우리 실정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영양 전문가들의 학술 단체인 대한지역사회영양학회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7가지)에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명희 의원과 지역사회영양학회ㆍ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50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지역사회영양학회를 대표해 토론회의 주제 발표를 한 경기대 교육대학원 영양교육 전공 이정희 교수는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일부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올해 ‘미국암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 “유전자 변형 기술로 생산한 소 성장호르몬(rBGH)을 투여한 젖소에서 짠 우유를 마시더라도 사람 체내에서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의 농도 상승은 매우 미미하며 이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지는 불명확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IGF-1은 암세포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이동호 교수는 “현재 한국인의 우유 섭취량을 고려할 때 암을 일으킬까 두려워 우유를 멀리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우유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지역사회영양학회는 “우유가 소수의 어린이에게 아토피를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우유 알레르기가 없는 대다수 어린이에게 우유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또 달걀ㆍ콩 등도 아토피의 원인식품이 될 수 있지만 아토피가 걱정돼 달걀ㆍ콩을 자녀 식탁에서 제외시키는 주부들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우유와 아토피 유발의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영양학회는 또 “우유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유가 성(性)조숙증을 부르며 이는 자녀의 성장 장애로 이어진다고 오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성조숙증은 우유 탓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과 영양상태,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유에 풍부한 칼슘과 단백질은 성장과 뼈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라는 것.

지역사회영양학회는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도 우유의 하루 평균 섭취량이 반 잔 가량에 불과한 한국인에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이론적으론 단백질의 과잉 섭취→혈액의 산성화→뼈의 칼슘 방출→골다공증 유발로 연결될 수 있지만 단백질을 하루 권장량(성인 50∼60g)의 두 배 이상 섭취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인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을 고려할 때 우유나 고기 때문에 뼈가 약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하루에 우유를 1ℓ(5잔) 이상 마시는 것은 뼈를 약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역사회영양학회는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스웨덴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6만1000여명과 남성 4만5000여명을 11년 이상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우유를 3잔 이상 마시면 사망률이 1.9배 증가했다. 그러나 이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우유 섭취량은 한국인의 평균(남성 77.6g, 여성 73g)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지방과 육류 단백질의 섭취량이 높아 해당 연구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했다.

지역사회영양학회는 또“임신 중 우유를 많이 마시면 아기에게 아연이 결핍된다는 지난 9월의 일부 언론 기사는 팩트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임신부가 우유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면 신생아의 철분 농도가 감소할 수 있다. 일부 국내 언론이 이 연구논문에 쓰인 ‘철분 결핍’을 ‘아연 결핍’으로 오역해 생긴 해프닝이란 것.

최근 국내 한 유가공 회사가 자사 제품을 ‘무(無)항생제 우유’라고 광고하면서 국내 우유엔 항생제가 들어 있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지역사회영양학회는 “국내 우유에 항생제가 소량 잔류할 순 있지만 시판 중인 우유의 항생제 잔류량은 모두 정부가 정한 허용 기준 이하”이며 “항생제가 허용 기준 이상 검출된 우유는 전량 폐기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배재대 가정교육과 김정현 교수는 “한국인의 우유 섭취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며 “우유를 우리보다 세 배 이상 많이 마시는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소비자가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으며 미디어가 이를 보도하는 데 신중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내 영양학계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겐 매일 우유 2잔, 성인과 노인에겐 하루 우유 1잔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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