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친환경 농산물로만 먹었더니 腸 증상 크게 완화

장내 유익균 비율 증가, 유해균 비율 감소
친환경 농산물 장 건강 개선 효과 입증돼

하루 세 끼를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14일간 제공했더니  ‘장내(腸內) 미생물 분포’가 바뀌고 복부 불편감 등 각종 장(腸)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친환경 농산물의 장 건강 개선 효과가 입증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친환경농산물의 섭취에 따른 장내미생물 조성 변화 연구’를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2주간 지속적으로 먹기를 희망하는 지원자를 모집했다.

이번 친환경농산물 임상연구에 참여한 우예민(34세, 분당 이매동 거주)씨 등 14명에게 14일간(9월12∼25일) 하루 세 끼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식품을 직접 배달했고 섭취 전후에 혈액ㆍ분변검사를 실시했다.

가장 뚜렷한 변화가 생긴 곳은 우리 면역시스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장(腸)이었다.

이번 임상연구를 담당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ㆍ최윤진 교수팀은 “하루 세 끼 친환경 농산물 섭취자의 전체 장내 미생물 중 아커만시아ㆍ프레보텔라ㆍ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균(有益菌)의 점유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장내 유해균(有害菌)으로 알려진 엔테로코코스ㆍ아시네토박터의 점유율은 감소했다.

친환경 농산물 섭취로 인해 ‘장내 미생물 지도’에서 장 건강에 이로운 세균은 늘고, 해로운 세균은 줄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장내 유익균인 아커만시아의 경우 전체 장내 미생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친환경 농산물 섭취 전 0.4%에서 섭취 후 0.6%로 증가했다. 아커만시아는 비만ㆍ당뇨병 예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장의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프레보텔라ㆍ비피도박테리움의 장내 점유율도 친환경 농산물 2주 섭취 뒤 크게 높아졌다. 프레보텔라는 전체 장내 미생물의 8.8%를 차지했으나 섭취 후 점유율이 11.4%로 증가했다. 전체 장내 미생물 소포 중 프레보텔라 소포의 점유율도 친환경 농산물 섭취 전 13.5%에서 섭취 후 16.5%로 증가했다.

이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10점 만점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해당 장 증상이 나쁜 상태), 복부 불편감ㆍ복부 팽만감 등 대부분의 장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 불편감은 친환경 농산물 섭취 전 1.7점에서 섭취 후 0.6점으로 감소했다. 배변 시 과도한 힘 필요는 3.3점에서 1점, 배변 후 남아있는 느낌은 2.9점에서 1.1점, 복부 팽만감은 3.6점에서 1.1점, 과도한 방귀는 3점에서 0.6점으로 줄었다.
 
이동호 교수는 “사람의 장엔 유익균과 유해균이 서식하고 있으며 장 건강이 나쁘거나 나이가 들수록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진다”며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수명 단축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친환경 농산물은 환경 보전에 유익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 건강, 특히 장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도 발표된 적이 없다”며 “하루 세 끼를 모두 친환경 농산물을 섭취하게 하는 등 연구 설계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인터뷰/친환경농산물 임상연구에 참여한 우예민 씨

“복부팽만감·배변 활동 불규칙 등 腸 불편함 크게 해소”

살이 빠져 육아 등 힘들었는데 도시락 먹고 체증 늘어 활력 되찾아
손쉽게 이용 가능하게 유통 채널 다양화·친환경인증점 식당 늘려야

◇이번 연구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평소에 복통은 없지만 복부 팽만감으로 불편하고 소화불량 증상도 있던 차에 임신, 출산, 육아, 맛집, 교육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분당·판교지역 육아맘 카페에서 친환경농산물 관련 임상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것으로 보고 신청을 하게 됐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입장에서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유아 간식 및 가족의 건강하고 안전한 식단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기간과 어떻게 진행됐는지?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섭취하기 전·후에 분당서울대병원을 2회 방문하고 혈액과 대·소변 검사를 비롯해 변비가 있는지 가스가 찼는지 등 장(腸) 증상에 대한 설문조사에 이어 의사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이어 2주 동안 친환경농산물을 식재료로 해서 조리한 도시락을 점심, 저녁 하루 3끼를 친환경·유기농식당인 ‘김농부밥쉐프’로부터 제공받았다.
아침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유기농 햇반, 유기농 죽, 김치류 및 어묵·오징어채 등 반찬류와  양배추즙 등 1주일치를 두 번에 걸쳐 미리 제공받았다. 참가기간 중에 제천에 출장을 갔었는데 그곳까지 도시락이 배달돼 놀라기도 했다.

◇인체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이번 임상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의 결과는 모르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 수치는 정상범위 안에 있어서 그런지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잦은 복부팽만감과 함께 변이 막힌 것처럼 느끼거나 배변을 본 후 시원하지 않던 증상이 해소됐으며, 또 소화불량으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사라지면서 속도 편안해지는 등 장(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몸소 느끼게 됐다.

◇연구에 참여한 소감과 주변에 권유하고 있는지?
-그동안 출산 이후 속이 불편하고 식사량이 적어 원치 않게 살이 빠져 고민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육아와 가정 일에 힘도 부치는 경우가 많았다.
남들은 다이어트 한다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이번 친환경농산물 도시락 체험을 통해 체중이 2kg 늘어나 생활에 활력을 되찾은 것 같다.
또한 기회가 되면 친환경농산물 도시락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싶다. 현재 비용적인 면에서 다소 부담이 있어 모든 식재료를 친환경으로 하기는 어렵고 일부는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해 요리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이 많은 것을 느꼈다. 집으로 배달된 도시락과 함께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유통과정 및 조리과정까지 상세한 정보를 확인하고 나서 신뢰가 가고 버릴게 하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 변화·건의?
-그 동안 양파, 양배추 등 아이가 먹는 일부 식재료는 친환경농산물을 구입해 왔다. 앞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위해 장을 볼 때는 일반농산물 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게 될 것 같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주로 외식을 많이 하게 되는데 가족들 건강을 위해서 일반음식점 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음식점을 이용하고 싶어도 시내에는 찾기가 어려워 아쉬울 때가 많다.
약초도시 제천에 가면 항상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데 먹고 나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또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하려면 생협 등 전문매장을 찾아야 하는데 대형할인점이나 기업형 슈퍼마켓,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한다. 문봉민 기자

저작권자 © 한국식품의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