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혼합간장 비율 '주표시면 표시 기준' 입법 추진
식품과학회 등 5개 단체, "경고표시 철회해야" 성명 발표
장류업계, "산분해 명칭 변경·간장 유형 재검토해야" 건의

최근 감칠맛이 풍부해 식탁에서 주로 사용하는 '혼합간장'에 대한 표시제도 개선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혼합간장은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을 혼합한 간장이다. 산분해 간장은 식용첨가물 '염산'을 이용해 콩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공정시간도 매우 짧고, 분해율이 95% 이루어지기 때문에 감칠맛이 풍부하다.

또 양조간장은 콩에 밀을 섞어 인위적으로 미생물을 투입해 분해시키는 방식으로 분해시간을 단축시킨 간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간장 생산량의 약 78%는 혼합간장이거나 산분해 간장이며, 수출량도 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도 감칠맛을 선호하고 염도가 낮은 식품을 원하기 때문에 재래식간장(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보다는 혼합간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공정시간도 짧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 충족을 위해 혼합간장에 산분해간장 등의 함량을 잘 보이게 '주표시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등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을 지난 5월 8일 행정예고 했다.

또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국회의원 주관으로 개최된 '소비자알권리를 위한 식품명칭 및 표기정책간담회'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분해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한식간장(재래식 간장)과 양조간장만을 간장으로 명칭하고 산분해방식이나 양조간장과 혼합한 혼합간장 등은 간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조미액'이라고 명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국식품과학회, 한국산업식품공학회,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소비자권익포럼은 5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과학적 근거와 원칙에 바탕을 둔 식품표시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혼합간장 비율 주표시면 표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품과학계 및 소비자단체는 "혼합간장의 혼합비율을 식품정보 표시에서 '주표시면에 표시' 하도록 한 식약처의 입법예고 또한 과학적 근거나 위해성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여론에 떠밀려 원칙없는 규제를 하면서 소비자불안만 조장하고 특정 경쟁업체들에게만 유리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표시면에 표시는 경고이거나 강조이다"며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정보를 가지고 소비자가 자신의 일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을 때 하는 것으로 섭취량을 조절하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분해공법 간장 인체 유해(?)
산분해 방식은 식품에 널리 사용하는 보편적인 기술이며, 가공과정에서 발생하는 3-MCPD 기준규격은 2002년부터 설정해 관리하고 있어 염산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산분해공법'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기술이다.

특히 마요네즈, 분말수프, 물엿, 시럽, 스포츠이온음료, 의약품제조, 한약제조 등에도 활용되는 기술이다. 간장에서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가수분해를 목적으로 산분해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산분해간장 공정과정에서 발암가능성물질 '3-MCPD'가 생성될 수 있다. 3-MCPD는 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유해물질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지난 1996년에 산분해간장에서 3-MCPD가 검출된 사건을 발단으로 저감화 방안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7월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을 제조할 때 생성되는 3-MCPD 기준을 0.02mg/kg이하로 강화한 바 있다.

다만 업계 현실 등을 감안해 단계적(’20년 7월 1일 0.1 mg/kg이하, ’22년 1월 1일 0.02 mg/kg)으로 적용키로 했다. 해외기준(mg/kg 이하)은 CODEX(0.4), EU(0.02), 미국(1), 호주(0.2), 일본은 기준이 없다. '3-MCPD'는 WHO 국제암연구소 Group 2B등급, 동물실험에서는 일부 증거가 있는데 사람대상의 연구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

식품과학계 및 소비자단체는 "식품의 3-MCPD 기준·규격 재평가 결과 노출량 낮고 규제 강화 필요성 없어, 노출량 많은 침출차, 빵류는 놔두고 간장만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올 4월 식약처가 발표한 '식품의 3-MCPD 기준·규격 재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3-MCPD 노출 정도는 현재의 관리기준으로 안전에 있어 우려할 문제는 없는 상태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식약처는 추가적인 기준 관리 강화 필요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장에서의 3-MCPD에 대한 일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의 기준규격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재평가 결과 3-MCPD 검출량이 많은 것은 간장이 아니라 침출차와 빵류 등이었다. 3-MCPD는 pH와 온도에 영향을 받으며, 산분해 과정 뿐 아니라 곡류 및 맥아 등 열가공 과정중에도 많이 발생한다. 최근 홍콩, 벨기에 등에서 초콜릿 잼, 마가린, 쿠키에서의 3-MCPD, 글리시딜 지방산 에스터 검출과 유해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시장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단지 경제적인 이익 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이슈의 중심에 서기를 바라는 이해관계까지 그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만큼, 식약처가 과학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 조직으로서 비전문가인 여러 단체의 황당한 주장이나 경쟁기업의 네가티브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많은 나라에서 식품안전 규제를 다루는 조직을 독립적인 전문 기구로서 어떤 정치적인 영향도 받지 않으며 생산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구와 구분해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식약처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원칙적이며 합리적인 식품안전규제를 수행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류업계, "산분해 명칭 변경·간장 유형 재검토해야"
장류업계는 포화된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간장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장류협동조합 남윤기 전무이사는 "산분해간장은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소비자 오인이 많은 상황"이라며 "그런데 혼합간장의 혼합비율을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것과 같은 과도한 규제는 산업 위축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요리용도에 따라 맛과 향, 비용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과도한 규제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남 전무는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오인이 있는 산분해 간장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제대로 된 알 권리를 위해 정확한 정보를 홍보하고 또한,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산분해라는 명칭 변경과 함께 간장 산업의 활성화에 저해가 되고 있는 제조공법으로 세분화돼 있는 간장의 유형을 주류나 기타 장류처럼 통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류업계는 현재 지나치게 제조 공법으로 세분화돼 있는 간장의 유형은 새로운 형태나 카테고리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한계가 되고 있어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의 전통 장류 기술과 융합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유형의 통합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CODEX는 발효에 상관없이 콩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분해해 얻은 투명한 조미액으로 광범위하게 간장을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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